'애기 아닌데 그거' 한마디에 뒤집힘
루미사 편집 · 제작 2026년 8월 13일 · 원본 영상: 복원왕 Restoration King
등장인물
하준 · 다인 · 지안 · 시우 · 현우 · 서윤
사진 속 사람들이 하나같이 렌즈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 게 눈에 걸린 방. '저때부터 사진기가 있었단게 신기하네' 소리부터 나오고, 각자 자기가 저 자리에 서 있었으면 어땠을지로 번진다
현우: 아니 한 명도 안 빠지고 전부 렌즈만 보고 있잖아
서윤: 저게 뭔가 싶으니까 쳐다보는 거지
하준: 나는 저 눈이 부럽더라, 오디션장에서 렌즈 똑바로 보는 게 제일 어려운 건데
지안: 부럽다고요? 저는 저 자리에서 제일 먼저 눈 감을 사람인데
시우: 나 작년에 단체사진 혼자 눈 감아서 서른 명 다시 세워놨음
다인: 근데 저 시절에 사진기가 있었다는 게 더 놀라워요, 저는 훨씬 나중인 줄 알았는데
현우: 있었으니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거 아니냐
하준 화면 확대해서 한 사람씩 얼굴 뜯어보는 중
서윤: 저건 동네에 사진기가 처음 들어온 날인 거야, 처음 보는 게 골목에 서 있으니까 다들 하던 거 멈추고 목만 돌린 거지
지안: 아 그림 그려진다
시우: 나 같으면 손 흔들었을 듯
하준: 흔들면 흔들린 채로 142년 남는 거임
시우 무릎 짚고 웃다가 폰 떨어뜨림
현우: 그게 좀 아득해, 저 사람들 그냥 한 번 서 있었을 뿐인데 아직도 조회수가 나오고 있잖아
다인: 동의도 안 받고요
지안: 요즘 같으면 초상권 얘기 나왔다
서윤: 다들 너무 순수해 보인다는 말 나올 만해
하준: 순수한 게 아니라 아직 표정 관리라는 개념이 안 생긴 거지
시우: 그거 지금도 없는 사람 많아
지안 자기 셀카 앨범 열었다가 3초 만에 닫음
다인: 저 사람들이 지금 우리를 본다면 뭐라고 할까요
서윤: 넌 왜 아까부터 그 조그만 거만 보고 있냐 하겠지
현우: 정확해서 할 말이 없다
지안: 우리도 렌즈 보고 있는 건 똑같은데 방향만 반대네요
하준: 우리는 우리 얼굴 보고 있음
시우: 그건 좀 부끄럽네 진짜
하준 조용히 폰 카메라 전면으로 돌렸다가 다시 끔
다인: 저쪽이 훨씬 잘 찍힌 거 인정
앞자락에 앉은 작은 사람들을 두고 애기냐 아니냐로 갈린다. '애들 아니죠 ㅎ 할머니 할아버지들' 한마디에 방이 뒤집히고, 1820년대생이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계산기가 켜진다
지안: 앞줄에 쪼그려 앉은 애기들 너무 귀엽지 않아요?
하준: 애기 아닌데 그거
지안: 네?
하준: 자세히 봐 갓 쓰고 있잖아, 할아버지야
다인 화면 코앞까지 당겨서 확인함
다인: 진짜네요 저 지금까지 유치원 사진인 줄
시우: 나도 방금까지 애기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저렇게 작아
서윤: 그때는 다 저 정도였어, 우리 반 6학년이 저기 가면 제일 큰 어른이야
현우: 6학년이 어른 취급이라니
지안: 그럼 저 사진 속 5, 60대는요?
하준: 저 사람들 1820년대생이야, 정조 다음 순조 때 태어난 사람들
시우: 잠깐 그럼 지금 우리가 200년 전에 태어난 사람 얼굴을 보고 있는 거임?
현우: 소름 왔다
하준 계산기 켜서 연도 두드려봄
서윤: 근데 저 사람들 5, 60대 아닐 수도 있어, 그때 평균수명이 35세거든
다인: 그럼 저 어르신들이 30대라고요
지안: 아니 그건 좀 아니지 않아요
현우: 평균수명은 어린애까지 다 합쳐서 나온 숫자잖아, 그 숫자 이상 산 사람이 없다는 뜻이 아니야
서윤: 맞아 정조가 수원에서 100세 넘은 노인들 모아놓고 잔치 열고 지팡이까지 줬다는 기록도 있어
시우: 100세 잔치 조선판이네
하준: 그러니까 저기 갓 쓴 분들 중에 손자 손 잡고 온 90대가 섞여 있을 수도 있다는 거지
지안 다시 화면 켜서 갓 쓴 사람들 세어봄
현우 사진 속 인물 나이 맞히기 시작함
다인: 저는 아직도 애기로 보이는데 눈이 문제인가
지안: 저도요 저 볼살이 30대일 리가 없잖아요
서윤: 볼살은 나이랑 상관없어
시우 자기 얼굴 만져보다가 조용해짐
하준: 그래서 결론이 뭐야 애기야 할아버지야
지안: 저는 끝까지 애기로 볼래요
서윤: 나는 갓 쓴 순간부터 어른으로 셀 거야
160년 만에 이렇게 됐다는 감탄에 '천지개벽 너무 과한표현'이라는 말이 끼어든다. 파리랑 런던 지하철까지 끌려나오고, 조선에 아시아 최초로 뭐가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뒤늦게 튀어나온다
시우: 160년 만에 나라가 이렇게 바뀐 게 말이 되냐고 천지개벽이지
다인: 천지개벽은 좀 과한 표현 아닌가요
시우: 어디가 과해
다인: 파리는 16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골목이 거의 그대로예요, 제가 작년에 옛날 사진 들고 그 자리 찾아갔는데 간판만 바뀌었더라고요
하준: 그건 파리가 안 바뀐 거지 우리가 안 바뀐 게 아니잖아
현우: 조선 말에 러시아엔 이미 지하철이 있었대
서윤: 영국은 지하철 1호선 개통했을 때고
시우: 그 얘기 들으니까 갑자기 마음이 안 좋아지네
지안: 근데 조선도 아시아 최초로 전등 들어온 나라예요
현우: 어?
지안: 경복궁에 들어왔어요, 일본보다 먼저
다인 검색창 켰다가 그대로 멈춤
하준: 방금 표정 다 바뀐 거 봤음
현우: 아니 그건 몰랐지
서윤: 그래서 지하철 없다고 기죽을 일도 아니고 전등 먼저 들어왔다고 이긴 것도 아니야
시우: 나는 그래도 천지개벽 못 놓겠는데
하준: 놓지 마 그냥
다인: 저는 그 말이 무서워서 그래요, 그렇게 빨리 변한 자리는 다시 빨리 변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
현우 잠깐 답을 못 하고 화면만 봄
지안: 그건 좀 맞는 말이네요
시우: 그래도 저 골목이 지금 광화문이야, 저기서 공연도 했고
서윤: 그 자리에 말이 다니고 있었다는 게 상상이 안 돼
하준: 말이 다니던 자리에 사람들 몇만 명이 서 있었던 거지
현우: 그럼 160년 뒤엔 거기 뭐가 서 있을까
지안: 그건 그때 사람들이 또 놀라겠죠
현우 창밖 한 번 보고 다시 화면으로 돌아옴
시우: 이번엔 다들 조용하네
다인: 조용한 게 아니라 각자 계산 중이에요
흰 한복이 어떻게 저렇게 흰지에 다들 붙잡힌다. '세탁기 세제도 없는데'로 시작해서 그 빨래를 누가 했는지로 옮겨가고, 고생이었냐 아니냐를 두고 서로 물러서지 않는다
서윤: 저 흰 한복 어떻게 저렇게 흴 수 있는 건지 그게 제일 이해가 안 가
지안: 세탁기도 없고 세제도 없는데요
하준: 그거 방망이로 두들겨서 빤 거 아니야?
현우: 두들기고 삶고 잿물 내리고 다시 헹구고, 한 벌 빨래하는 데 하루가 갔대
다인: 하루요? 흰옷 한 벌에?
현우: 그래서 흰옷이 대단한 거야
지안 손목 돌려보다가 인상 씀
시우: 나 유니폼 하나 손빨래하다가 15분 만에 포기했는데
서윤: 그건 유니폼이고
하준: 근데 저 빨래 누가 했겠어
지안: 그러니까요 그러니 여자들만 죽을 노릇이었죠
다인: 저희 할머니도 아직 손빨래 하세요, 세탁기 옆에 두고
서윤: 그건 세탁기를 못 믿으시는 거지
시우: 우리 할머니는 세탁기를 이불 넣는 데로 쓰심
시우 자기가 말하고 자기가 웃음
하준: 근데 그때 사람들이 그걸 고생이라고 생각했을까
지안: 고생 맞죠 하루종일 물에 손 담그면 손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, 저 그거 매일 보는 사람이에요
하준: 아니 나는 그 사람들이 불행했냐고 묻는 건데
현우: 그건 다르지
다인: 지금보다 없고 어려워 보여도 그 안에서 행복했을 수 있잖아요
지안: 행복이랑 손 트는 건 같이 갑니다
서윤: 둘 다 맞는 말 하고 있는데 왜 싸워
지안 화면 앞에서 손등 들어 보임
다인 자기 손 보다가 슬쩍 내림
하준: 저 흰옷 보고 예쁘다고만 했는데 갑자기 무겁네
서윤: 그래서 흰옷이 우아한 거야, 저건 그냥 색이 아니라 누가 하루를 쓴 거지
시우: 나는 오늘부터 흰 티 안 사기로 함
지안: 그건 또 다른 얘기고요
서윤 웃음 참다가 마이크 끔
지안: 저는 아직 안 접었어요
'이렇게 잘먹고산지가 100년이 안됐다니' 한 줄에 숫자가 붙기 시작한다. 88올림픽이 나오고 40년이 나오고, 사진 속 아이들이 포동포동하다는 말이 판을 흔든다
다인: 이렇게 잘 먹고 산 지가 100년이 안 됐다는 게 진짜예요?
시우: 100년요? 88올림픽 이후부터죠 40년도 안 됐어요
하준: 40년
시우: 그 전 얘기 들어보면 진짜 다른 나라야
서윤: 맞아 80년대 후반에 초등학교 다닌 세대부터 키가 확 커, 앞 세대랑 다리 길이가 다르다니까
현우: 그 얘기 우리 아버지가 하시면 나는 웃었는데 오늘은 못 웃겠네
지안: 근데 저 사진 속 아이들 포동포동하지 않아요?
하준: 어 그러네
지안: 굶주린 시대라고들 하는데 저 볼살은 그 말이랑 안 맞잖아요
다인: 저는 그게 궁금했어요, 조선이 못 살아서 병합됐다고 배웠는데 저 아이들은 왜 저래요
서윤: 병합이랑 밥그릇은 다른 문제야, 군대가 근대화가 안 됐던 거지 배가 고파서 넘어간 게 아니고
시우: 아
하준 사진 속 아이들 볼만 확대해놓고 한참 봄
현우: 나는 저 사진 보면서 옷이 먼저 보이던데, 다들 옷을 진짜 넉넉하게 입으셨어
지안: 그거 밥양이랑 같이 가는 거예요
시우: 조선 밥그릇 사진 본 적 있어? 지금 냉면 그릇만 함
다인: 네? 그걸 한 사람이 다 먹어요?
시우: 한 끼에
다인 자기 밥그릇 들고 와서 화면에 비춤
하준: 지금 그 그릇으로는 시즌 못 버티겠는데
시우: 나 그 그릇으로 먹으면 전반 끝나기 전에 눕는다
서윤: 그러니까 못 먹은 시대가 아니라 다르게 먹은 시대인 거지
현우: 그럼 우리 할아버지가 배고팠다고 하신 건 뭐야
서윤: 그건 조선이 아니라 그 뒤 얘기야
현우: 아
서윤 잠깐 말 없다가 다시 씀
지안: 100년 안에 두 번 뒤집힌 거네요 굶었다가 다시
하준: 그래서 지금 우리 애들 볼살이 저 사진이랑 비슷한 거지
시우: 140년 만에 원상복구
복원된 색을 두고 말이 갈린다. 얼굴이 과도하게 구릿빛이라는 지적, 흑백 원본을 나란히 놓아달라는 요구, AI로 움직이게 해보자는 제안이 한꺼번에 쏟아진다
하준: 근데 얼굴색이 좀 과하지 않나 다들 구릿빛인데
지안: 저도 그거 계속 걸렸어요, 얼굴에 색을 덧씌우는 게 아니라 대비를 먼저 낮추고 올려야 하는데
현우: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아무튼 전문가 등장
지안: 저 매일 얼굴 톤 보는 게 일이라서요
서윤: 아 그래서 그렇게 정확했구나
다인: 저는 색 입힌 것만으로도 감동이었는데 그렇게까지 보는 사람이 있구나
하준 화면 밝기 올렸다 내렸다 반복함
시우: 그럼 흑백 원본이랑 같이 올려주면 되잖아
하준: 그거 좋다 옆에 나란히
현우: 그건 진짜 보고 싶다
지안: 나란히 놓으면 무슨 색을 상상해서 넣었는지 다 보이겠죠
다인: 상상이에요 그럼? 저는 실제 색인 줄
서윤: 흑백엔 색 정보가 없으니까 어느 정도는 추측이야, 그래도 아무 색이나 넣는 건 아니고
다인 화면 보다가 입 벌린 채로 멈춤
시우: 요즘 AI로 사진 움직이게도 하던데 그것도 해주면 좋겠다
현우: 저분들 걸어다니는 거 보고 싶긴 하다
지안: 저는 그건 반대예요
하준: 왜
지안: 없던 움직임을 만들어 넣는 거잖아요, 색까지는 복원인데 그다음은 창작이죠
시우: 그럼 색도 창작이라며
지안: 아
시우 이겼다는 표정으로 팔짱 낌
서윤: 저기 한 명 무너졌다
지안 반박 쓰다 지우기를 세 번 함
하준: 나는 그것보다 배경음악이 문제였음, 비트가 너무 세서 사진을 못 봄
현우: 그거 나만 그런 줄
다인: 저는 음악 때문에 울었는데요
현우 소리 끄고 다시 봄
서윤: 소리 끄니까 완전 다른 영상이네
하준 다시 켜보고 바로 끔
하준: 색은 몰라도 이건 확실히 창작임
마포에서 잠두봉까지 4km인데 저렇게 크게 보일 리가 없다는 토박이 증언이 올라온다. 밤섬 뒤 샛강이 왜 없냐는 말까지 나오면서 방이 지도를 펴든다
현우: 저 마포 나오는 장면 말인데 저거 산 모양이 좀 이상하지 않아?
다인: 저는 그냥 산이구나 했는데 뭐가 이상해요?
현우: 마포에서 잠두봉까지 4km야, 그게 저렇게 크게 보일 수가 없어
시우: 4km면 얼마나 되는 건데
하준: 축구장 40개쯤
시우: 아 그럼 안 보이는 게 맞네
서윤: 축구장으로 재는 사람 처음 봐
지안: 근데 그거 어떻게 아세요?
현우: 저기가 옛날에 다니던 동네야, 서강이랑 당인리 쪽 골목은 눈 감고도 그려
다인: 와
시우 지도 앱 켜서 마포 찍어봄
하준: 그럼 저 오른쪽 큰 언덕은 뭔데
현우: 그게 제일 이상해, 현석동 신석동 쪽엔 저런 등성이가 없고 다 넓은 들판이었거든
서윤: 밤섬 뒤에 샛강도 안 보이는데
지안: 아 그거 저도 봤어요, 물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었더라고요
다인: 그럼 저 사진이 마포가 아닐 수도 있는 거예요?
시우: 이거 갑자기 추리물 됐다
하준: 근데 160년 전 일을 어제 다녀온 것처럼 말씀하시는 것도 대단하십니다
현우: 내가 160년을 산 게 아니라 저 동네를 산 거야
다인 그 말 그대로 받아 적음
서윤: 방금 말 좀 멋있었다
지안: 저도 저장했어요
시우: 그래서 저기가 서강나루야 아니야
현우: 서강나루라기엔 너무 높아, 거긴 비 오면 제일 먼저 잠기던 자리인데
하준: 그럼 아직 아무도 저기가 어딘지 모르는 거네
현우 화면 캡처해서 뭔가 표시하기 시작함
서윤: 다음 영상에서 알려준다니까 그때까지 각자 찍어두자
시우: 나는 저 언덕에 걸었음
2170년에는 2020년대가 저렇게 보이겠다는 말에서 출발한다. 인공지능 가정용 로봇이 심부름을 다니는 거리 이야기가 나오고, 그 세상이 무섭다는 쪽과 기대된다는 쪽이 부딪힌다
서윤: 150년 뒤에는 2020년대 모습이 저렇게 올라오겠지
시우: 2170년
하준: 그때 우리 다 없는 건 확실하고
다인: 근데 2020년대는 이미 사진도 영상도 넘치는데 저렇게 신기할까요
서윤: 그때도 1800년대 보면서 신기해할걸
현우: 나는 그게 무서워, 내가 2008년에 중국에 있었는데 그때 슬라이드폰 쓰고 있었거든
지안: 슬라이드폰
현우: 18년 만에 전기차에 수소차에 이러고 있잖아, 이 속도가 안 무서울 수가 있냐
다인: 저는 무섭다기보다 기대되는데요
현우: 그러니까 그게 어리다는 뜻이야
다인: 아니 유학 나올 때도 다들 무섭다고 했는데 와보니까 재밌었어요
시우: 이건 다인 님 편
하준: 나는 현우 님 편인데
서윤: 편 갈리는 속도가 제일 빠르네
하준 편 갈린 명단 정리해서 올림
지안: 그때쯤이면 인공지능 가정용 로봇이 심부름 하러 거리를 돌아다니겠죠
시우: 그거 무슨 뜻이야 로봇이 편의점 간다고?
지안: 주인이 시키면 나가서 받아오는 거죠
현우: 그러면 나는 뭘 하냐
서윤: 로봇한테 길 알려주면 되지
하준 로봇 흉내 내는 문장 쓰다가 지움
다인: 어차피 그때 되면 몇몇 분은 선관위에 등록돼서 투표도 하실 것 같은데요
시우: 누가
다인: 여기 계신 분들 중에
서윤 커피 마시다 사레들림
현우: 나는 100살까지 갈 생각 없어
지안: 그건 그때 가서 다시 물어볼게요
지안 알람 하나 설정해두는 시늉
시우: 2126년에 다시 모이는 거임?
하준: 나는 무서운 쪽에 남을게
다인: 저는 기대되는 쪽에서 기다릴게요
'지금 댓글을 쓰는 여러분도 과거가 된다'는 문장을 누가 꺼내면서 방의 속도가 달라진다. 우리 아이들 사진도 언젠가 누가 보게 될까 하는 이야기로 이어진다
지안: 저 사진 속에 있는 사람들 중에 지금 남아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잖아요
하준: 그렇지
지안: 우리도 언젠가 저 사진 속의 한 명이 되는 거네요
서윤: 지금 댓글 쓰는 우리도 과거가 되는 거야
현우: 갑자기 왜들 이래
다인 뭐라고 쓰다가 다 지움
시우: 나 이런 생각 하면 인생이 너무 짧게 느껴져서 좀 그래
서윤: 짧은 게 아니라 그냥 순서가 있는 거야, 늙고 병드는 건 누구도 못 비켜가잖아
하준: 나는 그래서 저 사진이 좋아, 저 사람들이 그 시절을 버텨줬으니까 우리가 여기 있는 거니까
지안 잠깐 말이 없어짐
현우: 우리 할머니가 늘 한복 입고 머리에 비녀 하고 계셨거든
다인: 아
현우: 저 사진에 할머니랑 닮은 분이 너무 많아
서윤: 그거 우연이 아니야, 저기 앉은 아이들이 족보로 따지면 우리 고조할아버지쯤 되거든
시우: 고조할아버지가 애기로 앉아 있는 거
하준: 아까 애기냐 할아버지냐 싸운 거 지금 답 나왔네
지안: 둘 다였네요
하준 사진 다시 열어서 앞줄 확대함
다인: 그럼 우리가 지금 찍는 사진도 언젠가 누가 이렇게 볼까요
서윤: 볼 거야
시우: 그때는 색 안 입혀도 되겠다
현우: 대신 화질 낮다고 뭐라 하겠지
지안: 저 화질에 무슨 얼굴이냐고
서윤 마지막에 웃음 터짐
하준: 근데 마지막에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묻잖아
시우: 나는 굳이
다인: 저도요 굳이요
현우: 나는 우리 할머니 젊었을 때 딱 하루
지안 하트 하나만 남김
서윤: 나는 여기 남을래, 여기가 누군가한테는 이미 그 시절이니까
렌즈 똑바로 보던 눈부터 흰 빨래, 4km 산등성이, 로봇 심부름까지 다 지나온 뒤에 방이 마지막으로 한 번 조용해진다. 각자 어디로 가고 싶냐는 질문에 나온 대답들로 판이 닫힌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