'후딱' 앞에서 멈춘 자막
루미사 편집 · 제작 2026년 8월 14일 · 원본 영상: 세상모든이야기
등장인물
유진 · 서윤 · 정호 · 다인 · 현우 · 도현
화면 없이 소리만 켜놓고 듣다가 누가 외국인인지 못 맞힌 사람들이 하나씩 모인다. '눈을 감고 들으면 마치 한국인이 말하는 것 같아요' 라는 말이 나오면서 각자 자기가 걸린 대목을 꺼낸다. 발음이라는 게 어디서 갈리는지로 이야기가 옮겨간다
현우: 화면 안 보고 소리만 켜놓고 20분 들었는데 아직도 누가 외국인인지 모르겠음
유진: 저는 진열하다가 문 열린 줄 알고 편의점 한복판에서 어서오세요 했어요
서윤 설거지하다가 손 멈추고 물 잠금
정호: 나도 방금 폰 뒤집어놓고 다시 들어봤는데 진짜 눈 감고 들으면 그냥 한국인이야
도현: 발음이 문제가 아니라 문장 끝을 내리는 각도가 서울이야
서윤: 각도라니
다인: 나는 저게 7년 걸렸다는 말에서 좀 멈췄어 나 3년째인데 아직도 어제 뭐 했냐고 물으면 어 부터 나와
현우: 어 는 나도 씀
유진: 어 는 한국인 필수 조사예요
도현: 그건 조사가 아니고
서윤: 조사라고 끝까지 우기면 그것도 실력이지
정호: 근데 발음은 노력으로 되는 거야 나 5년 밖에서 살았는데 아직도 첫마디에 우리 동네가 튀어나와
다인: 억양은 노력보다 창피가 빨라 나 지하철에서 내릴게요를 세 번 말했는데 세 번째에 갑자기 고쳐졌어
현우: 창피 교습법 ㅋㅋㅋㅋㅋ
서윤: 그거 맞아 틀린 걸 짚어주면 안 고쳐지는데 옆에서 누가 웃으면 그날로 고쳐져
유진: 그거 좀 무섭다
도현: 나는 발음보다 단어 고르는 게 더 놀라웠는데
정호: 나는 발음이 먼저인데
도현: 발음은 흉내면 되잖아 단어는 흉내가 안 돼
정호: 흉내가 되면 지금 해봐
현우: 두 분 다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속도라고 봄 아까 그 구간 다시 들어봐
다인: 속도는 나도 안 됨
서윤: 둘 다 틀렸다고 하려면 세 번째 답을 대야지
현우 같은 구간을 세 번 되감아서 돌림
유진: 저는 그냥 저 사람이 저보다 말을 잘한다는 게 제일 크게 들려요
도현: 나는 그건 인정 안 함
다인 조용히 자기 목소리 녹음해서 들어보다가 3초 만에 껐다
정호: 인정 안 한다는 사람 목소리 지금 좀 떨렸어
말이 너무 빨라서 배속을 낮춰 듣는 사람이 나온다. '랄리님 말씀이 너무 빨라서 제가 못따라가유' 하는 심정이 방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. 빠른 말의 정체가 대체 뭔지 서로 다른 답을 들고 나온다
도현: 배속 0.75로 낮췄는데도 아직 나보다 빠른 건 좀 억울하다
다인: 0.75면 딱 내 속도인데
유진 배속 버튼 눌렀다 놨다 하다가 결국 1배속으로 되돌림
현우: 근데 말 빠른 거랑 말 잘하는 거랑 같은 거야? 나 그게 계속 헷갈리는데
다인: 달라 빠른 사람은 다음 말을 미리 골라놓고 말하는 거야 나는 아직 말하면서 골라
서윤: 그거다 나 수업 때 다음 문장이 안 떠오르면 그냥 자 그럼 하고 시간 끌어
정호: 자 그럼
유진: 자 그럼은 만능이죠
현우: 나 신호 하나 걸린 사이에 저쪽 문장 네 개 끝나는 거 봤어
정호 손가락으로 네 개를 세다가 두 번째에서 멈춤
정호: 나는 신호 하나에 하나 끝내는데 그것도 중간에 아 뭐였지 들어가
도현: 진짜 무서운 건 안 더듬는다는 거야 나는 하루 종일 한 줄 붙잡고 앉아 있는데 저 사람은 그걸 말하면서 해
서윤: 하루 종일 한 줄?
도현: 한 줄이 안 될 때도 있어
유진: 그럼 저 사람이랑 같이 앉으면 하루에 몇 줄 나오는 거예요
다인: 그건 계산하지 마
현우: 나는 아까부터 못따라가유 하면서 보는 중
정호: 그 말투는 갑자기 어디서 나온 건데 ㅋㅋㅋㅋ
현우: 급하면 나옴
유진 결국 자막 켜고 처음부터 다시 재생함
정호 자막 켜라는 말에 자기도 몰래 자막 버튼부터 찾음
서윤: 자막 켜니까 더 무서운 게 자막이 말을 못 따라가
도현 화면 멈춰놓고 그 문장만 손으로 받아 적어봄
다인: 받아 적으면 확실해져 나 방금 한 문장 옮기는 데 3분 걸렸어
정호: 3분이면 저쪽은 벌써 다음 얘기로 넘어갔겠다
현우: 결국 여기 다 같이 못 따라가고 있는 거네
유진: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
사전에는 있는데 아무도 못 가르치는 생활 단어 이야기. '후딱 이거 한마디만 들어도 한국어 레벨이 보이네요' 에서 시작해 각자 제일 늦게 배운 말을 꺼내놓는다. 뜻을 설명하려던 사람들이 점점 이상한 데로 간다
유진: 후딱 이 두 글자에서 저는 그냥 두 손 들었어요
도현: 후딱이 왜
서윤: 그게 배워서 나오는 말이 아니거든 후딱을 가르치는 학원은 없어
현우: 후딱은 마지막 세 집 남았을 때 저절로 나오는 말인데
정호: 후딱 갔다 후딱 왔다
서윤 후딱을 소리 내서 세 번 발음해보다가 이상해져서 멈춤
다인: 나는 후딱보다 그냥이 더 어려웠어 그냥은 진짜 아무 뜻도 없는데 다들 알아들어
도현: 그냥은 나도 못 쓰겠던데
유진: 가사 쓰시는 분이 그냥을 못 쓰면 어떡해요
도현: 그냥을 후렴에 넣었다 뺐다 하다가 오늘 열두 번째로 뺐어
현우 열두 번을 손가락으로 세보다가 중간에 포기함
정호: 나는 제일 늦게 배운 말이 됐어요였는데
다인: 됐어요 진짜 무서웠어 나 그거 듣고 봉투 없이 그냥 나온 적 있어
유진: 봉지 드릴까요 하면 됐어요 하시는데 그게 준다는 건지 안 준다는 건지 아직도 얼굴을 봐요
서윤: 얼굴 보고 판단하는 게 정답이야
도현: 그럼 그건 한국어가 아니라 표정 아니야
다인: 표정도 언어예요
도현: 그렇게 치면 세상에 언어 아닌 게 어디 있냐
정호: 다 언어 맞지 나 밖에서 손짓으로 밥 세 끼 해결한 적 있어
서윤: 그건 언어가 아니라 배고픔이지
현우: 나는 아직 후딱에서 못 벗어났는데
유진: 후딱은 이미 지나갔어요
서윤 후딱을 검색창에 쳐보다가 결과 보고 창을 닫음
정호: 검색해서 나오면 그건 후딱이 아니지
도현: 지금 아무도 후딱을 설명 못 하고 있잖아
현우 설명 대신 후딱이요 하고 한 번 더 씀
다인: 설명 못 하는 게 정상이야 나 3년 살면서 배운 게 그거야
유진: 그럼 저는 아직 설명하려는 중이라서 3년 전에 서 있네요
'조지아라는 나라가 있는줄 처음 알았네요' 로 시작된 지도 시간이 열린다. 커피 이름인 줄 알았다는 고백이 나오고, 실제로 가본 사람이 하나 있다는 게 드러난다. 짐 가방 이야기로 번진다
유진: 지도 켜놓고 한참 찾았는데 조지아가 미국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는 거 오늘 처음 알았어요
현우: 나는 커피인 줄 알았어
정호: 커피 아니고 나라야 나 2년 전에 3주 있다 왔어
도현 커피라는 말에 자기 책상 위 캔을 슬쩍 치움
서윤: 3주면 뭐 먹고 살았어
정호: 빵이랑 치즈랑 포도 나 거기서 촬영하다가 4킬로 늘어서 돌아왔어
다인: 4킬로
유진: 근데 거기서 여기까지 오면 비행기가 몇 시간이에요
정호: 직항이 없어서 갈아타면 하루 걸려
현우: 하루면 그건 여행이 아니라 이사인데
서윤: 하루 걸려서 와서 7년 만에 저렇게 말한다는 게 좀
유진 지도 확대했다 축소했다 계속 반복함
도현: 나는 회사 앞 카페까지 20분 걸린다고 매일 투덜대는데
다인: 나도 처음 올 때 짐이 두 개였는데 하나는 엄마가 억지로 넣은 절임이었어
정호 자기 사진첩 뒤지다가 그 사진 못 찾고 포기함
유진: 그 절임 통과됐어요?
다인: 통과는 됐는데 방에서 두 달 동안 냄새가 났어
현우: 그거 나도 들었음 김치 들고 비행기 탄 사람 얘기
서윤: 어디 가나 엄마들은 기어이 뭘 넣더라
도현: 우리 엄마는 내 가방에 즉석밥 넣었어 편도 40분 거린데
유진 즉석밥 얘기에 자기 서랍 열어서 몇 개 있는지 확인함
정호: 40분 거리에 즉석밥은 좀
도현 억울해서 즉석밥 사진 찍으려다 그만둠
현우: 근데 나 아직도 조지아가 어디 붙었는지 모르겠어
서윤: 나도 몰라 근데 이제 궁금해졌어
다인 지도에서 조지아랑 자기 고향 사이 거리를 재봄
정호: 궁금해진 게 어디야 10분 전까지 커피였는데
유진: 오늘 하나 배웠네요
한 달 벌이가 저쪽 평생 벌이라는 대목에서 계산기를 꺼낸 사람들이 나온다. '살림밑천인 딸이네요' 라는 말을 놓고 각자 자기 첫 월급 액수를 꺼낸다. 그 돈이 누구 몫인지로 이야기가 옮겨간다
현우: 한 달 치가 저쪽 평생 치라는 말에 계산기 두드리다 껐어
서윤: 근데 그게 진짜 어떻게 가능한 거야
유진: 물가가 다르니까요 저희 가게 도시락 하나 값이 어떤 나라에서는 하루 밥값이에요
다인: 나 처음 와서 삼각김밥 값을 우리 돈으로 바꿔보다가 손 떨었어
정호: 그거 어디 가나 첫날에 다 하는 짓이야
서윤 계산기 앱 켜서 뭔가 두드리다가 다 지움
도현: 나 첫 정산 받은 날 통장 찍고 액정을 닦았어 0이 몇 개인지 다시 보려고
현우: 액정 닦기 ㅋㅋㅋㅋㅋ 나도 했음
유진: 저는 첫 월급이 89만원이었어요
정호: 89만원
유진: 그때는 그게 엄청 커 보였어요
다인: 나는 그 89만원이 지금도 커 보여
서윤: 근데 딸이 벌어서 보내는 게 좋은 거야 나는 아직 모르겠어
도현: 좋은 거지 왜
서윤: 좋은데 그게 당연해지는 순간이 오잖아
현우: 그건 그 집 사정이지 밖에서 정할 게 아닌데
서윤: 정하자는 게 아니라
정호: 둘 다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저 사람이 자기 힘으로 벌었다는 게 제일 크게 보여
다인: 그건 맞지
유진: 저도 그건 맞다고 봐요
현우 계산기 다시 켜서 자기 한 달 치를 눌러봄
도현: 근데 나 아까부터 내 한 달 치가 얼마인지 다시 세고 있는데
다인: 그건 세지 마
정호 통장 앱 켰다가 3초 만에 껐다
서윤: 나는 아직 안 접었어 당연해지는 게 무섭다니까
현우: 나도 안 접었어
유진: 두 분 다 안 접으면 이거 오늘 안 끝나요
'저라면 마스크 5개중에 5개 다 드립니다' 한 줄에서 시작된 배분 문제. 3개가 적은 건지 딱 맞는 건지로 각자 자기 집 얘기를 꺼낸다. 개수를 세기 시작한 사람들이 자기 개수까지 세게 된다
서윤: 5개 중에 3개를 남편 준 게 왜 자꾸 마음에 걸리지
도현: 나 같으면 5개 다 줌
유진: 5개 다 주면 본인은 뭘 써요
도현: 사랑
다인 사랑이라는 답을 보고 화면을 한참 쳐다봄
현우: 5개 다 주는 사람은 6개 살 여유가 있는 사람이야 그날 5개밖에 없었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져
정호: 그건 맞다
다인: 근데 왜 다들 개수를 세고 있어
서윤: 세니까 재밌잖아
현우: 나 집에 뭐 사 오면 우리 형이 개수부터 세
도현 자기 책상 위 물건 개수를 진짜로 세기 시작함
유진: 저희 가게에서도 2+1 사가면 그 하나를 누가 먹느냐로 싸우는 분들 자주 봐요
정호: 그 하나는 원래 산 사람 거지
서윤: 아니지 덤은 안 산 사람 거지
다인: 우리 쪽은 그 하나 때문에 안 싸워 아예 2+1이 없어서
현우 2+1 얘기에 주머니에서 영수증 꺼내 뒤적임
도현: 2+1 없는 나라 좀 부럽다
유진: 부러워하지 마세요 그거 없으면 하나 값 그대로 내요
정호: 아
다인 하나 값 그대로라는 말에 뭔가 계산해보고 표정 굳음
현우: 마스크로 돌아가면 3개도 사실 많이 준 거야
서윤: 나는 3개가 딱 좋아 보였어 5개 다 주면 다음 날 또 사야 되잖아
도현: 나는 그래도 5개 다 준다니까
정호: 그래서 지금 몇 개 있는데
도현: 지금 0개
유진 0개라는 말에 진열대 사진 보내려다 관둠
현우: 0개인 사람이 아까부터 제일 크게 말하고 있었네
다인: 그건 여기 다들 인정하는 분위기다
'어머니 한국으로 모셔와' 라는 말이 계속 걸린다는 사람이 나온다. 모셔오는 게 순리인지, 모셔오는 쪽 사정은 어떤지로 각자 자기 집 전화를 떠올린다. 결정하는 사람이 누구냐로 옮겨간다
정호: 어머니를 모셔오는 게 순리라는 말이 계속 걸리는데
유진: 저는 그 말 보고 저희 엄마한테 전화했어요
다인: 나는 그 말이 제일 무서웠어
현우: 무섭다고? 좋은 말 아니야?
다인: 좋은 말인데 그 말 듣는 사람이 나면 달라져 우리 엄마도 나 보러 오고 싶어 하거든
정호 뭔가 길게 쓰다가 전부 지우고 다시 씀
도현: 모셔오는 게 순리면 못 모셔오는 사람은 뭐가 되는 건데
서윤: 우리 반에 할머니랑 사는 애가 있는데 걔한테는 그게 그냥 자기 집이야 순리 같은 거 안 따져
유진: 그게 맞는 것 같아요
현우: 근데 혼자 계시면 모셔오는 게 낫지 않나
다인: 낫지 근데 오는 사람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돼 나는 여기 와서 우체국에서도 울었어
도현: 그게 그 말이야 모신다는 건 데려온다는 게 아니라 그 사람 하루를 통째로 옮기는 거잖아
정호: 하루를 옮긴다
서윤 하루를 옮긴다는 말에 쓰던 걸 멈춤
현우: 그래도 나는 옆에 있는 게 낫다고 봐
도현: 나는 물어보고 정할 일이라고 봐
유진: 두 분 사이에 낀 사람이 제일 힘들어요
정호: 낀 사람이 결국 다 결정하더라
다인: 그 결정도 매번 바뀌어
도현 아까 쓴 걸 다시 읽어보다가 한 줄 지움
현우: 나는 우리 엄마가 어제 뭐 먹었는지도 모르는 게 좀 찔려서 그래
유진: 저 아까 전화했다니까요
정호: 전화한 사람이 여기서 제일 어른이네
서윤: 어른은 무슨 나도 통화 3분 넘으면 끊을 핑계 찾아
정호 통화 목록 열어서 마지막 날짜 보고 화면 꺼버림
다인: 나는 아직 못 정했어
도현: 나는 아예 안 정할 거야
'6시간 잔다고? 안돼 1~2시간 더 자' 에서 시작된 수면 이야기. 6시간보다 훨씬 덜 자는 사람이 튀어나오면서 방이 술렁인다. 누워만 있는 시간도 자는 걸로 칠지 따진다
도현: 6시간 잔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안 돼 하고 소리 냈다
현우: 6시간이면 많이 자는 거 아니야? 나 새벽에 물건 싣는 날은 4시간
서윤: 4시간
유진: 그럼 언제 주무세요
현우: 신호 대기할 때
다인 진심인지 농담인지 몰라서 화면만 계속 봄
정호: 그거 진짜면 큰일인데
현우: 반은 진짜
유진 수면 앱 켜서 지난주 평균 확인하고 눈 커짐
서윤: 나는 7시간 자는데 그중 2시간은 내일 할 일 생각하느라 누워만 있어
다인: 누워 있는 것도 세면 나 10시간이야
도현: 그건 자는 게 아니라 충전기만 꽂아놓은 거지
정호: 나는 밖에 나가면 시차 때문에 밤낮이 뒤집히는데 이상하게 그때 제일 잘 잤어
현우 하품하다가 마이크 켜져 있는 거 뒤늦게 확인함
유진: 야간 하시는 분이 아침에 오시면 눈이 다 풀려 있어요
다인: 잠은 미루면 이자가 붙어 나 시험 기간에 이틀 안 잤다가 그 주 내내 갚았어
서윤: 이자
도현: 그 표현 내가 쓸게
정호: 방금 눈앞에서 뺏겼다
서윤 잠 얘기하다가 진짜로 하품함
유진: 근데 저 사람은 6시간 자고 그렇게 말한다는 거잖아요
다인: 그게 제일 억울한 부분
도현 내일 알람을 30분 뒤로 미뤄놓음
현우: 나는 오늘 7시간 잘 거야 여기서 선언함
정호: 선언까지
현우 하품 참다가 눈물 나서 눈 비빔
유진: 선언한 사람이 제일 먼저 새벽에 깨요
도현: 나도 오늘은 일찍 잔다
서윤: 오늘은 다 같이 자자
'한국인인 나보다 한국말을 잘하시네' 와 '부끄러운 줄 알길' 이 부딪힌 자리를 다시 펴본다. 칭찬으로 한 말이 왜 세게 돌아왔는지, 그런 칭찬을 매번 듣는 쪽은 어떤지 이야기가 나온다
유진: 한국인인 내가 더 못한다는 말 오늘만 몇 번을 봤는지 모르겠어요
도현: 거기에 부끄러운 줄 알라고 받아친 사람도 있었잖아
현우: 그건 좀 세게 나온 거 아니야
서윤: 근데 그거 칭찬으로 한 말 아니야? 왜 부끄러워해야 돼
정호: 칭찬 맞아 장단 맞춘 거지 그걸 사실로 믿고 화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이상해지는 거고
다인 양쪽을 다 읽어보고 어느 쪽이 화난 건지 세어봄
도현: 나는 진심으로 부끄러웠는데 나 어제 후렴 한 줄 쓰는 데 4시간 썼어
현우: 4시간이면 어제 안 잤겠네
도현: 그 얘기는 아까 끝났어
유진: 끝난 얘기 다시 꺼내는 게 제일 재밌어요
서윤: 나는 부끄러운 게 아니라 좀 자극이 됐어
다인: 자극 받았다는 사람 오늘 여기서 몇 명째야
정호 자기가 쓴 자막 파일 열었다가 맞춤법 하나 조용히 고침
현우: 근데 잘한다는 말을 계속 들으면 그것도 피곤할 것 같은데
다인: 피곤해 나 어디 가나 첫 마디가 한국말 잘하시네요야 3년 내내 똑같아
유진: 그런 분 저도 봤어요 외국 분한테 젓가락 잘 쓰신다고 하시는 분
현우: 젓가락은 좀
서윤: 그럼 뭐라고 해야 되는데
다인: 그냥 아무 말도 안 하면 돼
도현: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제일 어려워
정호: 나는 앞으로도 할 것 같은데
다인: 하지 마
정호: 진짜로 잘하니까 잘한다고 하는 건데
유진 두 사람 사이에 뭐라고 쓰려다 지우고 창을 내림
현우: 나는 오늘 저 사람보다 내 말이 더 걱정됐어
서윤: 나도 좀 그랬어 오늘따라 내 문장이 다 이상해 보여
도현: 오늘 여기서 제일 말 못한 건 나야
다인: 그건 안 뺏겨
아홉 판을 지나오며 각자 자기 발음, 자기 속도, 자기 잠, 자기 전화를 하나씩 꺼내놓은 방이 마지막에 서로 뭘 못 접었는지만 남긴 채 흩어진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