'먼지치곤 할일이 너무 많다' 폭소
루미사 편집 · 제작 2026년 8월 15일 · 원본 영상: 뜨억맨의 지식탐구소
등장인물
정호 · 지안 · 유진 · 도현 · 서윤 · 태윤
새벽 발주부터 열두시간 서 있다 온 하루까지 각자 오늘 한 일을 꺼내놓는다. 먼지치곤 할일이 너무 많다는 한 줄을 놓고 먼지답게 사는 법이 갈린다
유진: 아니 그래서 새벽 여섯시에 눈 뜨자마자 발주부터 넣었다니까
태윤: 그게 우주랑 무슨 상관인데
유진: 먼지치곤 할일이 너무 많다 이거지
지안: ㅋㅋㅋㅋㅋㅋㅋ
서윤: 먼지는 발주 안 넣죠
정호: 난 먼지라서 좋던데 어차피 흩어질 건데 대충 살면 되잖아
지안: 어제 열두시간 서 있다 온 사람한테 대충 살라고
정호 창밖 보는 척하다가 커피만 마심
도현: 나 먼지라는 말 예뻐서 적어놨는데 방금 지웠어
태윤: 왜
도현: 이렇게 바쁜 먼지는 안 예쁘잖아
서윤: 옆집 애가 어제 사람은 별 먼지로 만들어졌대요 하더라고요
지안: 오
서윤: 그러고 콩 안 먹겠다고 드러누웠어요
유진 웃다가 스캐너 떨어뜨림
태윤: 별 먼지도 편식은 하네
유진: 우리 매장 새벽 손님도 그래 인생 무상하다면서 삼각김밥 두개 더 집어가
태윤: 그건 무상한 게 아니라 배고픈 거 아님
정호: 근데 나 진짜 이해 안 가는 거 하나 있는데
도현: 뭔데
정호: 이 광활한 우주에서 나는 우리 와이프를 대체 어떻게 만난 거지
서윤 화면 보다가 입 막음
지안: 그거 확률로 따지면 오늘 나온 얘기 중에 제일 말이 안 돼
유진: 갑자기 소름 돋았어
도현: 먼지 둘이 서로 찾아낸 거네
지안: 그래도 대충 살면 된다는 말은 나 못 접어
정호: 나도 못 접어 먼지가 뭘 그렇게
유진: 난 발주나 넣을게
개념을 안드로메다에 두고 온다는 일이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 따져보다가, 실제로 개념을 두고 온 사람들 목록이 하나씩 올라온다
도현: 그 표현 쓰는 사람은 마음이 편해서 쓰는 거였구나
정호: 무슨 표현
도현: 개념을 안드로메다에 두고 왔냐
지안: 아 그거 어제 우리 데스크에서 딱 나왔는데
태윤: 어떻게
지안: 시술 예약 열한시인데 열두시 반에 와서 왜 자기 차례 아니냐고
유진: 개념을 안드로메다에 두고 온다는 일이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
도현 그 문장 그대로 메모장에 옮겨 적음
서윤: 그거 왕복 500만년이잖아요
정호: 오 그러네 두고 왔으면 다녀와야 되네
태윤: 근데 두고 온 게 아니라 애초에 안 챙긴 거 아닐까
지안 마시던 커피 뿜을 뻔함
유진: 새벽에 우산 없다고 나한테 화낸 사람 생각난다
서윤: 그런 분은 안 챙긴 쪽에 가깝죠
도현: 지금 다 같은 사람 얘기 하고 있는 거 아니야
태윤 진짜로 목록 만들기 시작함
정호: 나도 하나 있는데 부끄러워서 못 말함
지안: 어허
정호: 예전에 남 개념 없다고 실컷 뭐라 하다가 그날 내가 약속 장소를 다른 도시로 갔음
유진: ㅋㅋㅋㅋㅋㅋㅋㅋ
도현: ㅋㅋㅋ
서윤: 그건 두고 온 거 맞네요
태윤: 도시 단위면 아직 지구 안이니까 찾아올 만해
정호: 위로가 되네
도현 목록 맨 아래에 자기 이름도 적음
지안: 그럼 오늘 결론은 다들 한 번씩은 두고 왔다
유진: 인정
정호: 인정하니까 좀 편해지네
그런 안드로메다를 누워서 휴대폰으로 볼수있다니 인간도 나름 대단한듯이라는 말에서 시작해, 지금 각자 어떤 자세로 이걸 보고 있는지 실토가 이어진다
태윤: 지금 자세 그대로 말해봐 다들 누워 있지
서윤: 누워 있는데요
태윤: 그런 안드로메다를 누워서 휴대폰으로 볼수있다니 인간도 나름 대단한듯
지안: 대단한 건 망원경 만든 사람들이고 우리는 그냥 누워 있는 건데
정호: 아니지 나는 그거 찍겠다고 새벽 세시에 산 올라간 적 있어
유진 이불 끌어올리면서 화면만 봄
도현: 그래서 뭐 찍었어
정호: 구름
지안: ㅋㅋㅋㅋㅋㅋ
서윤: 근데 저기 있는 애들도 우리 보고 있을까요
태윤: 보고 있어도 지금 우리는 아니야 저쪽에 닿는 건 250만년 전
도현 조명 끄고 천장 봄
유진: 그럼 걔들은 지금 공룡 보고 있는 거야
지안: 공룡도 안 될걸
정호: 우주 어디선가 외계인도 똑같이 누워서 우리를 보고 있을 듯
서윤: 상상하니까 좀 든든하네요
유진 폰 떨궈서 얼굴 맞음
태윤: 저쪽도 방금 폰 떨어뜨렸을 듯
지안: 나는 볼수록 인간이 대단한 게 아니라 운이 좋았던 것 같아
도현: 운도 실력이라던데
정호 그날 산에서 찍은 사진 다시 찾아봄
유진: 그래서 그 구름 사진 아직 있어
정호: 있지 잘 나왔어 진짜
서윤: 보여주세요
태윤 기다리다가 물음표만 하나 침
지안: 나는 대단한 쪽으로는 못 가겠어 누워서 보는 게 뭐가 대단해
도현: 나는 대단한 쪽 누워서도 우주를 보잖아
정호: 나는 산에 올라간 쪽
지금 보고 있는 장면은 250만년전의 모습인거네요 하는 말에 단위가 무너진다. 130억 광년이 시간인지 거리인지부터 서로 다르게 알고 있다
태윤: 나 계산하다가 진심으로 손 멈췄어
유진: 뭘 계산해
태윤: 평소에 나노미터 단위 보는 사람인데 오늘 단위 그냥 포기했어
서윤: 포기하는 게 맞아요
정호: 나도
지안: 지금 보고 있는 장면은 250만년전의 모습인거네요 빛이 250만년을 달려와서 우리 눈에 보이는거니
도현: 과거랑 현재가 같이 있는 거네
유진: 근데 130억 광년이면 130억 년 된 거 아니야
지안: 그건 시간이 아니라 빛이 130억 년 동안 간 거리야
서윤 조용히 검색창 열었다가 그냥 닫음
정호: 아 나 진짜 지금 처음 알았어
도현: 나도 방금 알았는데 아는 척했음
태윤: 그 아는 척 나도 어제 회의에서 했어
유진 아무 말 없이 웃음 참다가 실패
지안: 그럼 저기 어디선가는 오늘이 아직 안 왔겠네
서윤: 우리가 누구한테는 아직 안 태어난 상태인 거죠
정호: 어우 소름
도현: 그거 좋다
태윤: 좋긴 뭐가 좋아 나는 아까부터 속이 울렁거려
유진: 단위가 무의미해지면 정신이 멍해지지
지안 창문 열고 밤하늘 확인함
서윤: 저도 방금 나가서 봤는데 별 세개 보였어요
정호: 우리 동네는 하나
도현: 나는 비행기
태윤: 그럼 다 같이 250만년 전 구경한 거네
유진: 별 세개랑 비행기 하나
서윤: 그거면 됐죠
찰나의 순간을 살아가는 동지들이여 함께여서 영광이로다를 두고 카톡 상태메시지 얘기가 붙는다. 저런 문장이 어디서 나오는지도 캐묻는다
도현: 오늘 하나 건졌다 이건 진짜 써먹는다
지안: 뭘 건져
도현: 찰나의 순간을 살아가는 동지들이여 함께여서 영광이로다
정호: 오
서윤: 멋있다
유진: 그거 카톡 상태메시지 한동안 이걸로 가겠는데
도현: 이미 바꿨어
정호 자기 상태메시지 확인하러 나갔다 옴
태윤: 나는 상태메시지 3년째 점 하나야
지안: 점 하나가 제일 무섭다
서윤: 무슨 뜻인데요
태윤: 아무 뜻 없어 그게 제일 편해
유진: 나는 열심히 살자 해놨다가 안 열심히 살아서 지웠어
도현 문장 수집 노트 펼쳐서 오늘 자 밑에 옮겨 적음
정호: 근데 저런 문장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
도현: 짜서 나오는 게 아니라 살다가 튀어나오는 거야 나도 한 줄 쓰려고 3주째 붙잡고 있어
지안: 3주
서윤 3주라는 말 보고 조용히 자기 메모 창 닫음
태윤: 어차피 우리 다 같은 초를 같이 쓰고 있는 거잖아
유진: 그 말도 상태메시지감인데
지안: 나는 그런 문장 볼 때마다 좀 오글거려 미안
정호: 어 나도 솔직히
도현: 오글거리는 거 알면서도 저장하는 게 사람이야
서윤: 저는 이미 저장했어요
정호 결국 자기도 몰래 저장함
지안: 나는 그냥 비워둘래 오글거리는 건 못 참아
도현: 나는 이미 두 줄이야
태윤: 나는 점 하나 지킨다
4분쯤에서 다들 한 번씩 놀란 얘기다. 소름 끼치는걸 떠나서 공포가 느껴진다는 쪽과 사진이 왜 무섭냐는 쪽이 각자 밤을 꺼낸다
서윤: 나 4분쯤에서 진짜 소리 질렀어요
지안: 나도 거기서 어깨 튐
정호: 뜨억 하고 갑자기 커지는 데지
서윤: 맞아요 그거요
태윤: 그게 왜 무섭지 그냥 사진인데
유진: 크기가 갑자기 이해되니까 무서운 거야 눈이 못 따라가면 몸이 먼저 놀라
도현: 소름 끼치는걸 떠나서 공포가 느껴진다
지안 방 불 켜고 다시 앉음
정호: 밤에 혼자 보는데 놀래라 진짜
태윤 사진을 더 확대해서 봄
서윤: 그걸 왜 더 키워요
태윤: 확인해야 안 무섭지
도현: 그 논리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
유진: 나는 저 검은 부분이 제일 싫어 아무것도 없는 게 제일 무서워
지안: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라 우리가 못 보는 거래
도현: 그럼 더 무서운 거 아니야
유진 담요 뒤집어씀
정호: 나 밤에 혼자 별 보러 다닌 데가 몇 군덴데 저건 못 이기겠어
서윤: 저는 교실에서 애들이랑 대낮에 틀었는데도 무서웠어요
태윤: 애들은 뭐래
서윤: 하나는 울고 하나는 더 크게 틀어달래요
지안: 그 둘이 지금 여기 다 있네
도현 울던 쪽에 손 듦
정호: 무서운데 계속 보게 되는 게 제일 웃겨
태윤 결국 밝기만 낮추고 다시 재생 누름
유진: 다 같이 불 켜놓고 보는 걸로 하자
지안: 콜
정호: 그럼 다들 불부터 켜고
난 우주에선 먼지만도 못한 존재라는 말에 내가없으면 우주도없다가 부딪힌다. 중심이 어디인지를 각자 자기 자리에서 우긴다
지안: 아까부터 다들 자기 깎아내리는 거 좀 웃겨
태윤: 사실이니까 난 우주에선 먼지만도 못한 존재
도현: 하지만 님 세상에선 님이 중심
태윤: 오
유진: 내가 없으면 우주도 없다
서윤: 그건 좀 센데요
정호 박수 표시만 열 번 침
지안: 그럼 오늘 우리 여섯이 사라지면 우주가 여섯 개 없어지는 거네
도현: 손해가 큰데
유진: 나 계산대 앞에 서 있으면 진짜 세상 중심 같아 다들 나한테 오잖아
서윤: 그건 결제하러 오는 거잖아요
유진: 그래도 오잖아
정호: 근데 중심이라는 게 우주엔 없대 어디서 봐도 자기가 가운데로 보인다더라
서윤: 그럼 다 중심인 거예요 아니면 아무도 아닌 거예요
지안: 그거 답 나오면 나한테도 알려줘
도현: 나는 그냥 다 중심으로 갈래 그게 마음 편해
태윤: 나는 아니야 나 오늘 하루 종일 아무한테도 안 중요했어
유진: 야
서윤 곧바로 하트 표시 도배함
정호: 오늘 나한테는 중요했는데
태윤: 갑자기 왜 이래
지안: 이게 님 세상에선 님이 중심이라는 뜻이지
도현: 좋다
태윤: 그래도 나는 먼지 쪽
유진: 나는 중심 쪽
정호 두 사람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그만둠
서윤: 저는 둘 다 하면 안 돼요
12109년 4월 국부 은하군 탐방을 마쳤다는 미래 일기에서 출발해, 망원경 얼마정도죠 하는 현실 질문으로 넘어간다
도현: 나 아까 하나 읽고 아직 정신 못 차리고 있어
지안: 뭔데 또
도현: 12109년 4월 어제 드디어 국부 은하군 탐방을 마쳤다
정호: 3달 걸렸다고
서윤: 다음달엔 시리우스까지만 갔다 온대요
유진: 소소하게 시리우스라니
태윤: 그게 소소한 게 아니라 8.6광년이야
지안 지도 앱에 시리우스 검색해봄
정호: 나 그거 제대로 찍어보겠다고 장비 알아본 적 있는데
서윤: 망원경 얼마정도죠
정호: 그게 말이야
도현: 뜸 들이는 거 보니까 비싸구나
정호: 제대로 된 건 중고차 값이야
유진: 그럼 나는 그냥 눈으로 볼게
서윤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반복함
태윤: 사실 어두운 데 가면 맨눈으로도 보여
지안: 진짜
태윤: 250만 광년짜리를 공짜로 본다는 거지
도현: 오늘 들은 것 중에 제일 큰 할인이다
유진 바로 지도에서 어두운 데 검색함
서윤: 저 코스모스 읽는 중인데 이거 보고 망원경 사야겠다 다짐했어요
정호: 사지 마
서윤: 왜요
정호: 사고 나면 하늘이 3주째 흐림
지안: 그거 진짜 국룰이야
서윤 그래도 장바구니에 다시 넣음
도현: 12109년쯤 되면 싸지겠지
태윤: 그때는 그냥 갔다 오겠지
머지않아 떠날것들을 격렬히 사랑하라는 마지막 한 줄을 각자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말한다. 격렬히라는 낱말 하나가 오래 남는다
도현: 마지막 그 한 줄 때문에 아직 못 일어나고 있어
유진: 머지않아 떠날것들을 격렬히 사랑하라
서윤: 저 그 줄에서 눈물이 왈칵 났어요
정호: 어우
태윤: 근데 왜 하필 격렬히지
서윤: 사랑하라는 말만으로는 사람이 안 움직이니까요
지안 한참 있다가 답을 침
지안: 나 올해 봄에 동생 보냈어
도현 아무 말도 못 하고 화면만 봄
태윤 치던 말 지움
유진: 아
지안: 괜찮아 힘들 때마다 이거 보는데 오늘은 더 보고 싶어서
서윤: 오늘 여기 있어줘서 고마워요
정호 조용히 하트 하나만 보냄
지안: 나 병원에서 일하는데도 그날은 아무것도 못 했어
도현: 응
유진: 우리 조금만 조용히 있자
태윤: 응
서윤: 저는 그래서 요즘 하루에 한 번씩 전화해요
정호: 나도 오늘 엄마한테 전화했어 별 얘기 안 했는데 30분 함
도현: 그게 격렬히인가
유진: 30분이면 격렬한 거지
태윤: 나는 아직 못 하겠어
지안 이번엔 웃는 표시를 하나 보냄
서윤: 천천히 해도 돼요
정호: 나는 오늘 안에 한 통 더 할게
태윤: 나는 생각 좀 해볼게
도현: 나는 이 한 줄 오늘 밤 내내 붙잡고 있을 것 같아
아홉 판 내내 먼지였다가 중심이었다가 하던 사람들이 각자 오늘 밤 뭘 할지만 한 줄씩 남기고 흩어진다